2011년 9월 25일 일요일
[이선규박사의 성이야기] 섹스는 피자?
섹스 코치로 유명한 요기 베라라는 사람이 섹스를 피자에 빗대어서 농담처럼 한 말이 있다.
'섹스는 피자와 같다. 피자는 따뜻할 때는 정말 맛이 좋다. 하지만 피자는 따뜻하지 않을 때도 여전히 맛이 좋다.' 뜨거운 열정으로 치른 섹스와 냉정하고도 차분하게 치르는 섹스의 멋을 두루 섭렵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멋진 말이다. 그렇지만 조루와 같은 부정적인 성 체험을 한 상태에서의 섹스 맛은 결코 식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피자 맛과 같을 수가 없다.
<동물의 세계>와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면 짐승들의 교미 시간은 대체로 짧다. 뱀이나 개 등의 몇몇 종을 제외하고는 수 초, 수분만에 교미가 끝이 난다. 교미 시간이 길면 포식자나 경쟁자의 공격을 받기 때문에 교미 시간이 짧아야 생존에 유리하다. 또 수컷으로서는 빨리 끝내는 것이 다른 암컷을 찾아내는 데도 유리할 것이다.
남성이 사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은 것은 그런 동물로서의 수컷 본능과도 관련이 있다. 영웅 호색이라는 말이 있지만 호색한들이 조루 성향이 있다는 일설과도 맥이 닿는 이야기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1950년대만 해도 미국 남성들이 질에 삽입하여 사정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5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1970년대 이후에는 10분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된 데는 성의학 관련 분야가 발전하면서 성 지식도 풍부해지고 전희를 중시하는 등의 섹스 패턴에도 변화가 생겼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조루 환자를 구분하는 기준은 여성의 오르가슴에 달려 있다. 섹스 파트너를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하지 못한다면 30분 동안 피스톤 운동을 해도 무의미하다. 조루와 관련하여 흔히 제기되는 해법은 오르가슴에 도달할 정도로 충분히 전희를 하라는 것. 전희를 통해 성감을 극도로 고조시킨 뒤 삽입하면 삽입 시간이 짧아도 파트너를 오르가슴에 이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클리토리스나 일명 G스팟이라는 부위 등의 오르가슴 포인트를 찾아 오르가슴에 이르게 하면 좋다고 권고한다. 남성도 심리적 안정감, 혹은 새로운 자신감을 얻게 되고, 그에 따라 삽입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게 다가 아니다. 그런 노력을 했는데도 문턱에 거의 다다라 '조금만 더...'라는 아쉬움을 남기고 끝나는 경우가 있다고 해보자.
결국 이 화살은 남성의 몫이다. 어떻게 해야하나?
나의 조루 증세는 심인성인가? 기질성인가? 아니면 상대성인가?
일단 조루 방지용 크림을 사용해본다. 효과가 있다면 나는 기질성이다. 이때는 조루수술(배면신경차단수술)을 받으면 된다. 효과가 없다면 나는 심인성조루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는 말은 섹스에도 적용된다. 몸이 아무리 뜨거워도 생각으로 쉽게 달아오르지 말라는 뜻이다.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하겠지만, 입으로는 뜨거운 피자를 먹되 머리로는 식어버린 피자를 생각하듯 그런 방법도 심인성조루의 치료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데...2-30분을 열심히 공들여도 파트너가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건 상대성이다.
여성의 불감증. 이건 남자로서는 어쩔도리가 없겠다.
그러나 파트너가 평생 같이 살 부부이거나 혹는 30세가 지난 여성으로서 이런 문제라면 여성비뇨기과에 같이 가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선규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