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0일 금요일

도둑에도 도(道)가 있고 사랑에도 도(道)가 있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에 도척盜拓이란 도둑 우두머리가 있었다. * 도척은 9천 명이나 되는 도둑떼를 이끌고 천하를 횡행하며 제후를 침략했고, 문을 부수고 민가에 들어가 재물을 털고 부녀자를 겁탈한 도둑의 우두머리로, 공자가 찾아갔을 때는 사람의 간을 회로 해서 먹고 있었다고 하는 끔찍한 인물이다. 하지만 도척과 그의 부하와의 대화를 보면 그는 보통의 두목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의 부하 하나가 도척에게 도둑도 도道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도척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어딘들 도가 없겠느냐? 털려는 집에 간직해 둔 물건이 있나 없나를 알아내는 것이 성聖이요. 침입할 때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요, 나올 때 나중에 나오는 것의 의義요, 일이 되고 안 되고를 미리 가늠할 줄 아는 게 지知요, 얻은 물건을 똑같이 나누는 게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를 구비하지 못하고서는 아무도 천하의 큰 도둑은 되지 못한다.

하물며 한갖 도둑도 도道가 있는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려운 만남을 하는 사람에게도 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도척의 표현을 빌린다면 그 도는 다음과 같지 않을까? 첫째는 성聖이다. 상대와의 사귐이 될지 안될지를 가늠할 줄 알아야 한다. 둘째는 용勇이다. 된다고 생각 하면 용기 있게 돌진을 하고, 두려워하는 상대를 설득하고 안심 시키는 것이다. 셋째는 예禮. 상대를 섹스 파트너가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며 사랑하는 것이다. 넷째는 지知. 상대방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여 전화해서 둘만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모든 측면에서 최대한의 보안성 배려를 하는 것이다. 다섯째는 의義이다. 문제가 터지는 경우에는 상대에게 최소의 비난과 피해가 가도록 혼자 다 뒤집어쓴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끝으로 여섯째는 인仁. 사귐에 있어서 결코 경제 적인 이득을 추구하거나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다. 열거해 놓고 보니까 다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도 ‘아침에 도를 이루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也’ 고 했듯이 도란 모름지기 이루기 어려운데 매력이 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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