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5일 일요일

[이선규박사의 성이야기] 매춘..오히려 프리섹스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은 포르노에서도 진리이다. 미국산 포르노 비디오에 등장하는 현란한 애무, 신기한 섹스 체위, 그룹 섹스, 동성애, 수간 등 거의 모든 섹스 아이디어가 고대인의 문화유물에도 있다.
성의 상품화도 마찬가지.

고대 이탈리아 북부의 에트루리아 사람들이 사용하던 '시툴라'라는 청동제 포도주 단지는 남녀의 성행위가 노골적으로 묘사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것과 같은 시기의 청동제 유물 중에는 벌써 유곽을 묘사한 그림이 나타난다. 매춘부처럼 보이는 여성이 아무런 성적 감흥도 없이 남성에게 몸을 내맡기고 무표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마 시대에는 오늘날의 사창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매춘이 번성했다. 동전처럼 생긴 매음굴표라고 하는 사창가 출입증 같은 것이 있었으며, 이것은 로마군이 원정한 유럽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매춘이 제도적으로 정착돼 있었다는 증거다.

그런데 이 표의 한쪽 면에는 섹스 방법이 그려져 있고 다른 쪽 면에는 그 방법으로 섹스를 할 때 지불하는 화대가 로마 숫자로 새겨져 있다. 이 표에 새겨진 그림은 음경을 애무하는 펠라티오, 정상위, 후배위 등 현대인의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는 적나라한 방법들이다. 이것은 물론 삽입을 했을 때의 질의 통증 정도, 남성이 느끼는 섹스 만족감, 삽입하는 체위의 엽기성 정도 등에 따라 화대에 차등을 둔 가격표였다고 할 수 있다. 즉 입으로 하는 펠라티오는 저렴하고, 깊이 삽입하여 질이 아프거나 기괴한 체위로 다리에 쥐가 나거나 허리가 아프다거나 하는 체위는 화대가 비쌌다.

자유롭고 분방한 성행위를 하는 시대에 오히려 매춘이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주변의 후진 문명국이나 식민지에서 매춘부가 선진 문명국으로 몰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야 없겠지만 로마의 칼리굴라는 바닥난 국고를 채우기 위해 오늘날의 서구 매춘부들에게 하듯이 세금도 부과했다.
하지만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여성 수 십만 명씩이 해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매춘부가 된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에이즈같은 병의 위험성이 많은 매춘부와의 관계에서 문명국 남성들이 얻는 것이 대체 무엇일까. 돈이 안 들고 정서적으로 만족감도 큰 자유 분방한 사랑과 섹스를 구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을까?

비뇨기과 전문의 이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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