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7일 화요일
[남성의 성기능] 3.서두름의 병 조루
대체로 조루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사정을 억제해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들은 관계를 시작하면서 운동경기를 생각하거나, 아주 기분 나빴던 상사의 얼굴을 떠올리거나, 세금문제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술을 마시기도 하고, 콘돔을 두 개씩 뒤집어씌우기도 하며, 때로는 감각을 무디게 하려고 마취용 연고를 바르기도 한다.
드물게는 뒷골목에서 효과도 전혀 없는 이상한, 위태로운 수술을 받기도 한다. 어떤 남성들은 비교적 사정이 늦은 두 번째의 성행위에서 빠른 사정을 보상받으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얘기도 젊은이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기분나빴던 상사를 생각하거나, 마취제를 바르고, 콘돔을 두 개씩 겹쳐 끼우는 일은 성적 흥분을 떨어뜨리고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파트너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시도하는 행위이므로 감정적인 결합을 파괴하는 나쁜 점이 있다.
성적 접촉이란 흥분되었을 때 오랫동안 버팀으로써 즐거움을 오래 나누고자 하는 것인데, 이런 방법들은 거꾸로 욕구나 즐거움을 줄이려는 것이기 때문에 좀 바보스러운 방법이다. 얼마나 답답하면 이런 방법까지 쓰는지 조루증상의 괴로움을 모르는 사람의 생각으로는 딱하기도 하다. 사실 남자들이 음경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도록 억지를 부리는 방법은 그의 성적 감각기능을 왜곡된 방향으로 해치기 때문에 증세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스스로 자극할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버티다가도 여성의 그 안에만 들어가면 맥을 못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은 전적으로 습관에서 비롯된다. 혼자서 평온하게 쾌감을 즐기다가도 파트너를 위해서 '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긴장이 앞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오래도록 버텨야 한다는 압박감은 스스로 만든 것이지 사실 파트너의 요구 때문이 아니다. 남자가 너무 빨리 할 때 어떤 여성들은 침착하고 협조적인 반면에 매우 당황하는 여성들도 있다. 이것은 남성의 성적 태도에 큰 영향을 준다. 여성들도 이 점은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다.
사정 조절 능력이 부족한 남성들이 목표 달성에 집착하게 되면 그들 스스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어떤 부류의 남성들은 사정을 억제해 보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자포자기적으로 사정해 버림으로써 스스로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 그런가 하면 더욱 나쁜 경우는 파트너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때까지 사정을 늦추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유형이다. 이런 남성들은 성행위 중에 자꾸 걱정이 앞서서 아드레날린을 더욱 방출하게 만들므로 페니스가 금방 위축되고 만다. 이처럼 목표 달성에 집착하는 유형의 사람들이 연속적인 실패에 실망하고 그래서 목표 달성에 대한 더 큰 욕망과 함께 두려움에 휩싸인 나머지 결국은 영원한 성기능 장애자가 되는 경우를 수없이 목격했다.
성의학 정보가 발달한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단순한 조루나 발기부전 등으로 성의학 전문의를 찾는 사람은 줄어들고, 성욕저하증 환자가 제일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단순한 성기능장애가 주를 이룬다. 그나마 자괴감이나 정보부족으로 인해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상을 방치할 경우 십중팔구는 성욕저하증이나 성기피증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의학정보 중의 하나가 조루란 치료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별로 효과가 없는 한약, 한 번에 2백만원 이상이나 하는 지지는 수술, 또는 귀두 표피 바로 밑에 링을 끼워 감각을 둔화시키거나, 이상한 한약재로 연고를 만들어 바르는 방법 등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조루는 적절한 행동요법적인 조절과 일시적인 약물치료로 2개월 안에 90% 이상 완치될 수 있기에 성기능 장애 중에서 제일 고치기 쉬운 것이다.
필자의 경우 행동요법을 기본으로 하면서 강력한 조루억제 효과가 있는 항우울제의 일종인 클로미프라민, 프로작, 졸라프트를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행동요법적인 훈련이 끝날 때까지만 투여한다. 이렇게 하면 2개월 안에 90% 이상, 학문적으로는 98%의 완치율을 보인다. 처음에 약물 치료의 도움이 없으면 하루 20분 정도씩 하는 행동요법적인 개인 훈련도 그리 쉽지 않다. 하루에 20분씩 하는 훈련을 1주일 정도 한 뒤에는 다음 단계로 여성상위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한다. 이 단계에서는 부인의 협조가 필요하다. 부인의 도움이 없으면 질 안에서의 감각의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루증 환자의 예후는 부인의 협조에 달려 있다. 조루증 환자에게 약만 주는 방법은 문제가 있다. 이것은 마치 불면증 환자에게 원인치료는 안 하고 단순히 수면제를 처방하는 것과 같다. 그 수면장애가 일시적인 것이라면 몇 번의 약물 복용이 효과적인 치료가 될 수 있지만 수면장애 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조루 억제제인 이런 약들 역시 오히려 발기부전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고, 아주 간단하게 완치되어 삽입 후 20분 이상을 자기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병을 평생 약에 의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육체적인 성적 장애보다도 그 기분을 어루만져주지 못하는 남성의 무감각이다. 그러나 조루증이 있는 사람이 아무리 사려 깊고 신중하게 행동할지라도 남성의 성적 기능장애가 파트너의 감춰진 불안, 가령 지나치게 뚱뚱하다든지 못났다든지 하는 등의 감정에 불을 당길 때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신경이 과민한 여성들은 남편이 쉽게 끝내버리는 것이 자기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기 쉽다. 조루란 대체로 평생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시적인 처방에는 문제가 있다. 조루증 환자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발기부전이나 여성불감증이 10분의 1인 것에 비하면 그 수가 대단히 많다. 이미 70년대에 마스터스와 존슨은 약물치료 없이 행동요법만으로 조루환자를 치료하여 2주일만에 95% 이상의 치료효과를 얻은 결과를 발표했다. 그 후 이 치료결과는 수많은 성의학자들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마취제나 연고를 바르고, 뒷골목에서 수술받는 치료법은 처량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은 환자를 만들 수 있다. 보신탕이 정력에 좋다고 믿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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