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30일 금요일
정력제의 허와 실
남성이 갱년기에 접어들면 여러 가지 노화증상이 나타나는데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발기력의 약화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체력과 시력은 노화가 오더라도 곧잘 수용하지만 소위 발기력이 약해지는 것은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젊었을 때의 힘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많다. 정력에 좋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 이 세상에서 한국 남성이 가장 허약한 것처럼 보여 서글프다. 올림픽 게임에서 세계 10위 내로 기상을 떨치던 것과는 판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10년 전에 중국 남경에서 개최된 아시아 남성과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하였을 때 무척 신기하게 경험했던 일이 있다. 학술대회가 열리면 의례껏 여러 업체에서 자사의 상품을 전시 홍보하는데 이때 전시된 약품은 거의 모두가 고대 중국황제들에게 처방되었다고 하는 소위 ‘남성정력제’였으나 설명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하나같이 과학적인 증거에 의한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복용경험이 있는 남성들의 일방적 진술에 근거한 것이었다.
의학은 과학이기 때문에 일부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는 약물이 대부분의 다른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면 약물로서 인정받을 수 없으며, 약물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적어도 30% 이상의 환자에서 효과가 재현되어야 한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고, 정신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적으로 심리적 원인으로 발기장애를 일으키는 환자들은 있지만 100%의 기질성 발기부전증은 없다. 신체적 고장으로 기질성 발기장애가 일어나면 심리적 위축감으로 심 인성 발기장애가 추가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의 발기장애 정도를 100으로 잡았을 때 이 중 10%만이 신체적 결함으로 발생하였으나 나머지 90%의 장애는 신체적 결함으로 발생한 10%의발기장애에 대하여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거나 불안해 함으로써 추가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심 인성 발기장애가 추가되는 정도는 개개인의 정신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정체불명의 정력제를 복용하고 효험을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몸에 좋다는 약을 먹었다는, 또 먹고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과 함께 자신감이 생겨나서 바로 심 인성 장애가 없어짐으로써 그만큼 효과를 보는 것이다. 이런 효험은 심 인성 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면 클수록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사슴피나 곰발바닥, 독사와 같은 소위 정력제는 아무리 효험이 있다하더라도 결코 30% 이상의 환자에게서 그 효험을 관찰할 수 없으므로 약제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시판되고 있는 비아그라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이 작년에 있었다. 임상시험을 할 때에는 반드시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군에게는 진짜 약을 주고 다른 한 군에게는 가짜약을 주게 된다.
그 이유는 좋은 약을 먹었다는 데서 비롯되는 심리적 효과, 즉 위약효과를 배제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비아그라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위약효과는 보고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30%를 넘지 않으며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 약 43%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한 병원에서 시행한 임상시험에 의하면 진짜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은 10명중 9명이 발기력 향상을 보였지만 가짜 비아그라를 복용한 사람도 11명 중 7명, 약 64%의 환자가 발기력 향상을 보여 위약효과가 외국의 보고보다 유별나게 높게 나타났다. 임상시험이 끝난 후 환자들은 자신이 진짜를 복용하였는지 가짜를 복용하였는지 무척 궁금하게 생각한다. 의사도 환자도 환자가 진짜 비아그라를 복용하는지 가짜를 복용하는지 모르며, 임상시험이 종료된 후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환자는 자신의 발기력이 너무나 좋아진 것에 놀라워 하면서 자신은 틀림없이 진짜를 먹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임상시험이 종료된 후에 ‘당신은 가짜를 먹었다’고 알려주면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에 대한 심리적 기대감이 유달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확실한 근거나 증거도 없이 돈을 낭비해가며 혐오감을 주는 몬도가네식 정력제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건강한 정신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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