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5일 목요일

섹스테라피, 소녀경이 원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성에 관한 고전으로 인도에 <카마수트라>가 있다면, 중국에는 <소녀경(素女經)>이 있다. “저는 <소녀경(素女經)>이라는 책 보고서 실망했고요, 황당했어요!” 
구성애 선생의 ‘푸른 아우성’에서 강의를 할 때, 성 상담을 하시는 30대 중반의 여성이 웃으며 하는 말이었다. 그럴 수 있다. 총론 부분을 지나고 나면 무슨 의학 서적처럼 갖가지 병 치료를 하는 체위와 삽입 횟수에 대한 것이 많이 나온다.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성에 대한 관념으로 보면 황당하고 터무니없어 보일 것이다.


<소녀경(素女經)>은 소녀(素女)라는 여인과 황제(黃帝)라는 남자와의 문답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이는 한의학의 바이블이라고 불려지는 <황제 내경(黃帝 內經)>도 비슷한데, <황제 내경>에는 기백(岐白)선사라는 사람과 황제(黃帝)라는 사람의 문답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소녀경도 한의학적 원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책 이름에 경전이라는 글자까지 붙일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팔익(八益)이라 하여 여덟 가지 이점을 설명한 장에서, 뼈를 강화시켜 주는 행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익을 얻기 위하여 여성은 왼쪽 무릎의 맨 윗부분을 사용하여 다리를 구부리고 옆으로 눕는다. 남성은 여성 위에 누워 팔과 다리에 체중을 싣는다. 남성은 성기를 삽입하고 정확하게 45번의 상하운동을 한다. 이 방법은 남성의 관절을 조화롭게 하고 여성 몸의 응혈(凝血)을 제거한다. 이것은 열흘 동안 하루에 5번 실시한다’(45는 5x9 의 의미이다). 


그러나 동양의학적 관점과 성도인술의 원리로 보면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동작을 모든 사람이 이렇게 다 따라 하지 않더라도 그 근본원리를 응용해 보면 여러 가지 좀더 현실적인 방도가 나올 수 있다.


오랫동안 요통을 호소하는 여자 환자를 진찰해 본 결과 척추 주변의 근육의 긴장과 단축 등이 주요 원인이어서 스트레칭이 아주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는 경우였다. 그런데 스트레칭이 좋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근육의 운동 제한점까지 근육을 펴 주고, 그것보다 조금 더 펴 줄 수 있을 때 효과가 커진다. 그런데 이 때 근육의 기시, 종지부위와 인대 등의 경결 때문에 저항을 받으므로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충분한 스트레칭이 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 환자의 치료 과정 중 경과를 물었다.
“스트레칭 열심히 하세요?”
“아, 예. 처음엔 좀 했는데 아프니까 점차 꾀가 나서 요샌 솔직히 잘 못해요.”
“음~ 그러면요. 이번 숙제는 꼭 하셔야 합니다. 이번 숙제는 즐겁게 할 수 있을 거예요.”
“뭔데요?”
환자의 근육 단축 상태를 효율적으로 스트레칭할 수 있는 체위를 그림에서 보여주면서, “이런 자세로 꼭 숙제하고 오셔야 합니다. 그래야 빨리 낫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나의 설명을 듣긴 했지만 쑥스러워 하면서 그러겠다는 대답은 없었다. 그리고 몇 번의 치료를 더 받으러 왔는데, 의외로 근육 단축 상태도 많이 좋아지고 통증을 거의 못 느끼게 되었다. 본인도 많이 좋아하며 얼굴에 화색이 돈다. 그러면서 수줍게 말을 떼기를 “있잖아요. 원장님께서 내 준 숙제가 효과가 컸던 것 같아요” 한다.


혼자 스트레칭을 하다 보면 아프기도 하고, 따분해지기 쉽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충분한 스트레칭을 잘 안하게 되는데 반해, 성생활 중에 하게 되면 성적 쾌감 때문에 약간 아픈 것은 쉽게 잊어버리고 스트레칭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무리하지 않는 동작만 아니면 아주 좋은 치료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이치로 근골격의 문제뿐만 아니라 내상 질환에도 각각의 경락 통로를 잘 소통하게 하는 효과를 발휘하여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알고지내는 모 영화감독도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요통을 섹스로 고쳐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의 요통도 같은 원리로 치료가 됐을 것이다. 다만 남성의 경우에는 <소녀경>에서의 기본 규칙이기도 한 접이불루(接而不漏), 즉 사정하지 않은 성행위가 지켜지는 것이 근본적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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