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되고 있는 TV 드라마의 80% 이상이 외도나 불륜을 포함하고 있다. 이중 상당 부분은 주요 줄거리가 배우자 외도에 의한 가정파탄이다. 이는 비단 드라마뿐만 아니다. 남녀 구분 없이 외도가 만연해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여성조선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그 이유와 해결책을 모색해보았다.
옛 남자친구와 주고받는 연락이 즐거워
대구에 거주하는 김지연(31·가명) 씨는 두 딸을 키우며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5년차 주부다. 결혼 전 남편의 믿음직스럽고 성실한 모습에 반해 5년간 사귀어온 동갑내기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날 정도로 둘 사이의 사랑은 뜨거웠다. 그러나 둘째 아이를 낳고부터 남편에 대한 불만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남자다운 면에 반했지만 자신에게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고, 자신을 더 이상 여자가 아닌 아이들의 엄마로만 바라보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여전히 드라마 속에 펼쳐지는 절절한 사랑에 목이 메고, 새로 시작되는 풋풋한 사랑에 가슴 설레곤 하면서 남편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갔다.
그러던 중 무료함에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옛 남자친구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는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지연 씨는 그의 얼굴을 보니 예전에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막연히 안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게 되었다. 그게 이들 두 번째 인연의 시작이었다. 현재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은 지 1년이 지났다. 한번도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를 통해서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
남편을 배신할 생각은 없지만 예전 남자친구와 전화를 할 때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또 다른 기쁨을 느낀다. 그는 남편이 챙겨주지 못한 것들을 세심하게 알아봐주고 신경 써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편이 알지 못하는 아슬아슬한 개인적인 생활이 있다는 것이 즐겁다. 그는 연락을 주고받는 동안 편하게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했지만, 지연 씨는 절대로 만남을 갖지는 않을 생각이다. 일단 만나면 그다음에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남편보다 더 편했던 직장 상사와의 만남
서울에 살고 있는 박연희(46·가명) 씨는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결혼해 42세가 될 때까지 아이들 돌보고 남편 내조하며 성실한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해 항상 청춘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고, 그런 연희 씨에게 남편은 둘째 아이가 대학에 입학하면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드디어 두 아이 모두 대학에 입학하자 연희 씨는 일을 시작했다. 물론 40세가 넘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그 덕분에 시작한 일도 변변치 않은 일이었지만 직장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기쁨이었다. 사람들이 연희 씨를 누구 엄마나 아줌마가 아닌, ‘박연희 씨’라 부르는 것도 좋았고 퇴근 후 직장 동료와 어울릴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그 덕분에 얼마 안 가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생활에서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느껴졌던 탓일까. 연희 씨는 자주 어울릴 기회가 있었던 직장 상사에게 다른 마음을 품게 되었다. 남편보다 그와 말이 더 잘 통했고, 무뚝뚝한 남편과 달리 자신을 더 배려했으며, 따뜻한 마음 씀씀이로 항상 감동하게 했다. 게다가 경제력까지 갖추어서 살림에 쪼들려왔던 그녀에게 여유 있는 그의 모습은 크게 다가왔다. 결국 긴 술자리 끝에 두 사람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게 되었다.
두 사람이 비밀 연인이 된 건 1년여쯤이 되었다. 그동안 두 사람은 매일 직장에서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또는 근무 중 틈틈이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정을 버리고자 하는 건 아니다. 만남을 이어오면서도 그는 가정에서 자상한 아버지이자 좋은 남편이고, 그녀 역시 이제껏보다 가족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저 두 사람은 각자의 가정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직장 상사, 부하 직원으로서 안전한 데이트를 즐기는 것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고민을 나누다가 맺어진 불륜
이수진(35·가명) 씨는 2년 전 이혼하고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있다. 예전에는 나름 괜찮은 직장에 다녔지만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보험설계사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보험 영업 특성상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보험을 권유하기 마련. 그녀는 전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만나며 영업을 하곤 했다. 그러나 아무리 친한 동료나 친구들이라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러면서 가까웠던 이들과 어색해지기 일쑤였다. 그렇게 고전을 겪고 있던 중 직장 동료 가운데 그리 친하지 않은 다른 부서 사람이 흔쾌히 보험에 가입을 해주게 되었다. 수진 씨에게 그는 잊지 못할 고객이자 은인이 된 셈이다.
명절이나 생일 때마다 고객에게 선물을 챙겨주곤 했던 수진 씨. 다른 고객과 마찬가지로 그를 만나 간단한 선물을 건네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맞춰 그를 방문하게 되었고, 식사를 함께하면서 처음으로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던 중 그가 부부 사이에 갈등이 있음을 털어놓았고, 수진 씨는 진지하게 그 이야기를 듣고 상담해주며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이후 그는 수진 씨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커져갔고, 그동안 그를 은인으로 생각했던 그녀는 최대한 그를 도우려 노력하면서 그를 향한 마음이 동정심에서 애정으로 바뀌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고, 밤이면 전화통화로 이어졌다. 이들은 육체적인 관계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서로에 대한 마음은 어느 연인 못지않았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밤에 일어나 전화를 하는 남편을 수상히 여긴 그의 아내가 휴대폰을 빼앗아 이들이 주고받았던 문자메시지를 보게 된 것. 남편은 아무 관계가 아니라고 빌었고, 한동안 이혼을 생각하면서 별거에 들어갔다. 이후 두 사람 역시 헤어졌다. 수진 씨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한 가정이 파탄나게 된 것을 지켜보며 적잖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여성조선 글_두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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