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8일 토요일

3분밖에 없다구요? 그래서요?






3분의 세계가 있다
3분짜장, 3분카레가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아니 겨우 3분 만에? 칼국수처럼 퍼진 라면을 즐겨 먹던 중년보다 꼬들꼬들 설익은 면을 좋아하던 젊은층에게는 10분도 긴 시간이었다. 이 지루함을 절반 이하로 줄여준 사발면의 등장은 축복이었다. 
지금은 물 붓고 1~2분 내에 먹기도 하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3분이란 의미는 ‘인스턴트'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 뉘앙스는 뭔가 충분하지 않고 서둘러서 대충 때우고 마는 것들. 당연히 질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긴 것은 절대적으로 아름답다. 진짜?
남자들은 참 많은 콤플렉스를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 중에 하나가 섹스 시간에 대한 압박. 자신의 신체기관 중 하나가 크기가 커야 하고 길어야 한다는 강박증과 쌍벽을 이루는 무조건적인 성행위 시간의 무한연장에 대한 환상.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만화 「무대리」에서 부부생활 할 때 등장하는 토끼는 남자의 강박관념을 잘 보여주는 아이콘이다. 남자들은 왜 길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길~게, 길~게, 길게!!!만을 외친다. 
남자들을 위한 ‘판타지 영화' 포르노 역시 그러한 학습을 강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된다. 그 영화에서 남자의 역할은 여자를 ‘죽여야' 하는 단순명료한 미션이다. 그 ‘죽이는 방법' 중 하나가 ‘길~게'라는 것. 어느 나라 것을 봐도 10분 안에 끝내는 주인공은 없다. ‘긴 시간'은 그렇게 남자들의 머릿속에 중요한 요소로 학습되어 있다. 
과연 ‘3분'은 불충분하고 남자로서 수치스러운 일일까?


3분은 정말 부족할까?
모든 낭비적인 요소를 제거하여 압축하는 시테크를 넘어서 초테크까지 따지는 시대에도 ‘행위시간'만큼은 줄어들면 안 된다. 짧으면 ‘제 구실 못하는 쓸모없는 놈'이 되거든. 
희한하지? 머스마板 액션 판타지 무비(포르노보다 이 말이 훨씬 명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가 아닌 다른 영화를 잠깐 볼까? 
「에너미 앳더 게이트(Enemy at the Gate)」, 매력적인 주드 로가 러시아의 저격수로 등장하는 흥미로운 영화. 그는 전쟁중에 영웅으로 커나가면서 한 여자를 만난다. 둘의 사랑은 진전되는데 전쟁통에 어디서 오붓하고 ‘긴'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결국 칼잠 자는 동료들 사이에서 그들은 사랑을 나눈다. 그 시간 한번 재볼까? 시작부터 끝까지 1분45초 걸렸다(오로지 ‘행위')로 추정되는 장면만 쟀다. 당연, 손(手) 사용시간은 빼야겠지? 사실 더 짧지만 그래봤자 2분도 안 되는데 따지지 않으련다. 
영화의 러닝타임 때문에 일부러 줄였다고 떼를 쓴다한들 둘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마치고 나서 "이 못난 녀석"이라는 표정이 여자의 얼굴에 나오디? 
아! 감독이 절대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했다고? 속으로는 안 그럴 거라고? 세상에나….


둘만의 사이에 남들의 이야기를 적용시키려 힘 빼지 마라.
그 영화가 일반적이지 않다고 우기는 것만큼이나 포르노에 나오는 시간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좀 받아들이자. 2005년 5월 24일자 「헤럴드경제」 기사에 보면 서구 5개국 평균 섹스시간을 조사했더니 제일 긴 영국이 7.6분, 제일 짧은 터키가 3.7분이란다. 3분보다는 기네? 평균시간이잖은가? 긴 사람도 짧은 사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남자 상식'에 의하면 터키의 여자들은 얼굴에 욕구불만이라는 표지판을 달고 다녀야겠네? 
그런데, 아직까지 터키 여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신경질적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은 없다


현실을 좀 받아들이세요..
중요한 것은 3분이냐 혹은 30분이냐 300분(이 경우는 정상이 아니기에 병원에 가봐야 한다)이냐가 아니다. 섹스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의 몸을 통해 느끼는 풍성한 교감이다. 그 교감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거고, 느릿느릿 파도가 밀려오듯 이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커플마다 다르고, 같은 커플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욕구불만과 강박관념은 상대방을 생각지 않는 일방적인 마음에서 출발한다. 
영화로 돌아가자. 그들은 2분여밖에 안 되는 시간에 어찌 그리 만족했을까?(배우들 표정이 그 증거. 또 감독이 시켰다는 둥 생떼 쓰지 말자. 초딩도 아니고…). 내 생각엔 직접적인 행위에 돌입하기 전에 그들은 충분히 교감했기 때문이다. 그 교감의 마지막 계단을 섹스로 ‘밟아서' 확인했을 뿐. 계단을 올랐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몇 분 만에 올랐느냐는 ‘계단 오르기 게임'도 아닌 이상 큰 의미가 없다.
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둘이 어떻게 하면 서로 교감을 ‘확인'할까를 고민하면 좋겠다. 어느새 ‘아니! 이렇게 시간이 훌쩍 지났나? 하게 될 거다. 
그리고 하나 더. 친구들한테 ‘난 한 시간 넘게 하지!'라고 유치하게 자랑하면서 서로 압박하지 마라. 화장실에서 똥 쌀 때 난 1시간이나 앉아 있지!라면서 얘기하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