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3일 금요일

"남의 남자를 탐내는 여자"


6·25전쟁이 끝나갈 즈음 당시의 트랜드인 댄스를 미끼로 약 1년여 동안 무려 70여 명의 처녀들을 농락한 한국판 카사노바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왔다.

놀라운 사실은 그 상대가 대부분 신촌의 모대학 학생들을 비롯하여 속칭 일류대학에 재학중인 여성들로써 지성과 교양은 물론 사회에서 선도적인 지위에 있다고 자부하던 명문가의 여성들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언론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서구에서 풍미되다가 뒤늦게 수입된 퇴폐와 향락의 소용돌이가 전란의 혼돈속에 사회전반에 걸쳐 방종한 풍조를 조성한 탓이라고 떠들어댔다.

이것이 이른바 '朴仁秀事件'인데 그는 1955년 5월 31일 검거되어 7월 22일 공판에서 공무원 자격 사칭행위에 대해서는 벌금형을,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서 만큼은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1년형에 처해졌다.

그는 법정 진술에서 70여 명 중에서 순결한 처녀는 단 한 명밖에 되지 않았다고 털어놓아 사회를 전율케 했으며 "스스로 보호하지 않는 순결은 법이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권순영 판사의 명언을 탄생하게 했다.

이후 카사노바같은 녀석들이 계속 나타나 여성들의 몸과 금품을 갈취하곤 했다. 웬만한 청년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던 양갓집 규수들이 오랑캐같은 날건달과 물의를 일으키는 일은 허다했던 것이다.

이러한 모순된 사랑을 유교적 규범으로 해석하려면 너무나 어렵다. 말세라고 도리질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인간의 원시적 종족번식 본능에 입각하여 해석한다면 능히 수긍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배용준이나 이병헌같은 한류스타들이 일본에 가면 여성들이 떼지어 구름처럼 몰려든다고 한다. 일본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도 있는 일일테고 한국 남성 중엔 그 소식에 괜히 우쭐대고 싶어하는 분도 있을터다.

하지만 이러한 한류 현상은 생물학적으로 '암컷 선택(female choice)'의 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암컷 선택이란 종족번식을 위한 짯짓기 개념에서 암컷이 선택상의 비교우위에 있슴을 전제로 해서다.

1871년 진화론의 권위자 '찰스 다윈'은 동물들의 암컷이 노랫소리나 꼬리의 길이 또는 몸 색깔과 같은 수컷의 특이한 형질을 기준으로 짝짓기 상대를 고른다는 암컷 선택 개념을 제창한 바 있다.

예를들면 청개구리의 암컷은 가장 큰소리로 가장 자주 노래하는 수컷에 더욱 끌린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초원을 날아다니는 천인조 암컷은 긴 꼬리의 수컷을 짝으로 선호한다.

새와 물고기 중엔 몇몇 종에서 암컷들이 동료가 선호하는 수컷을 덩달아 좋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를들면 서인도제도의 '트리니다드 토바고'에 서식하는 관상용 열대어인 거피(guppy)와 미국 서부에 사는 뇌조이다.

거피는 시냇물에 따라 몸의 빛깔이 변하는데 암컷은 밝은 오렌지 색깔을 지닌 수컷을 특히 좋아한다고 한다. 몸 빛깔이 밝은 수컷일수록 암컷을 보호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다른 암컷이 덜 밝은 빛깔의 수컷을 선택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면 덩달아서 원래의 짝을 버리고 그 수컷을 차지하기 위하여 값비싼 댓가를 불사하는 모습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고 한다.

뇌조 암컷들은 레크(lek)에 모인 수컷 중에서 짝을 고르는데 여기서 레크란 '놀이'를 뜻하는 스웨덴어이지만 동물행동학에서는 사슴·박쥐·나비 등이 모여 밀회하는 장소를 일컫는다.

뇌조 수컷들은 레크에 모여 암컷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데, 암컷은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는 여인네처럼 수컷을 찬찬히 살펴본 뒤에 마음에 드는 녀석 앞에 납작 엎드린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장 운이 좋은 수컷이 암컷의 80%까지 독점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일단 몇몇 암컷이 한 수컷을 선택하면 나머지 암컷들도 부화뇌동하여 한 마리의 변강쇠에게 경쟁적으로 몸을 헌상하기 때문이란다.

이러한 모방은 실제로 이득이 많다. 다른 암컷의 판단을 활용하면 적합한 상대를 신속히 고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절약된 시간으로 먹이를 구하는 등 생존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은 동물과는 달리 자유의지가 있어 이성을 고를 때 타인의 선택 기준을 그다지 감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여자들 역시 거피나 뇌조의 암컷과 마찬가지로 남을 흉내내어 짝을 고르는 경향이 있다.

모방하는 능력이 인간에게 부여되지 않았다면 학습을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다른 여자가 매력을 느낀 남성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일 터이다. 처녀들이 유부남을 좋아하는 심리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거피와 같은 미물도 짝을 고를 때 동료의 행동을 참작하는 지혜를 발휘하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남의 남자를 유혹하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심리는 생식 전략의 관점만으로 볼 때 일면 수긍가는 점도 없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여성의 모방 심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오랑캐 날건달들의 엽색 행각에 수많은 여자들이 농락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끊임없이 폭로되는 이유에 대해서, 또는 왜 박지성 선수가 별안간 수많은 처녀들의 일등 신랑감으로 부상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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