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6일 금요일

[다시쓰는 킨제이 性보고서] 여성 음핵 강의



“남자 셋 중 하나는 동성애 경험을 고백했다. 유부남의 30∼45%는 아내 몰래 바람을 피웠고, 남성의 90%는 자위 행위를 했다.” 
1948년 미국의 알프레드 C 킨제이 박사는 10년 동안 9000명의 남성을 상대로 성행위에 대해 인터뷰한 결과를 분석, ‘인간 남성의 성적 행동’ 보고서를 냈다. 이른바 최초의 킨제이 보고서다. 당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는 다윈의 진화론 이후, 이보다 충격적인 과학서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1953년 9000명의 여성을 조사한 ‘인간 여성의 성적 행동’ 보고서도 내놓았다. 이로써 아담과 이브의 국부를 가린 나뭇잎을 킨제이가 떼어 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후 성의학은 떳떳하게 과학의 반열로 올라섰다. 

킨제이 보고서가 나온 지도 50년이 지났다. 그동안 현대인의 성의학과 성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했을까? 정신과 전문의로 미국 킨제이 연구소에서 성의학을 연구해온 강동우 박사의 글을 연재한다. 강 박사는 ‘소설 의과대학’을 집필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지난 2003년, 필자는 킨제이 보고서 50주년을 맞아 이곳 미국 인디애나대학 킨제이 연구소에 와서, 성의학 연구와 진료에 동참했다. 연구소 첫날 학생들 사이에 ‘불바 걸(Vulva Girl)’이란 별명의 강사 데비의 강의에 참석했던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여성의 음핵 자극을 위해 진동 기구 쓰는 법을 비디오로 가르치는데, 얼핏 보면 영락없는 포르노였다. 한국은 여성 자위용 진동기구가 음성적으로 유통되는데, 이를 찾는 여성은 성에 환장한 것처럼 여기지 않는가. 

하지만 강의는 충분히 수긍되는 내용이었다. 음핵은 남성의 음경과 동등한 해부·생리 구조이며, 혈류 유입으로 음경이 발기하듯 음핵의 혈류도 여성의 성 흥분 반응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정신의학자 프로이트는 음핵을 통한 성감은 질을 통한 것보다 미숙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1만번 이상 성행위를 직접 관찰한 성의학자 마스터스와 존슨의 연구에서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그들의 결론은 음핵 자극을 통한 오르가슴이 질을 통한 것보다 강하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여성이 성적 만족을 얻는 데 남성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개념까지 득세(得勢)했다. 이 연구와 피임약의 개발은 60년대 여성해방운동에 불을 지폈다. 이후 여성의 성생활은 엄청난 변화를 맞았다. 

우리의 경우 아직 음핵 자극을 성행위의 전희 일부로 여기지만, 성의학자들은 남성의 음경 자극과 동등하게 음핵 자극을 성치료시 강조한다. 전희의 일부가 아니라, 성행위의 필수요소에 가깝다는 것이다. 불감증 여성 환자나 부부의 경우, 음핵 자극을 통한 오르가슴의 획득을 질 오르가슴 유도 전에 반드시 경험토록 교육하고 있다. 

지금 성의학계는 남성보다 여성의 성기능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성은 이미 먹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일반화됐다. 여성의 경우도 음핵 혈류측정은 물론 MRI 등을 통해 흥분 반응을 명확히 진단가능한 상태다. 음핵 혈류를 개선해 여성의 흥분반응을 강화하는 약제와 치료기구가 이미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아 상용화되고 있다. 음핵 자극을 남녀 모두 자연스레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최초의 킨제이 보고서가 나온 지 50여년 후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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