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다음 달 발매될 캐나다 브로크대학 심리학과 앤서니 보개트 교수의 신간 『무성애 이해(Understanding Asexuality)』를 소개하며 “성충동을 느끼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한편 ‘성욕 과다’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개트 교수는 2000년대 초부터 무성애를 연구해 왔다.
무성애자는 성적 충동이 없는 사람이다. 특징은 ▶성적 매력을 주거나 느끼지 않고 ▶성적 자극에 반응하지 않으며 ▶성적 파트너와 배타적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3무(無) 인간’이란 점이다. 보개트 교수는 무성애자의 비율을 인구의 1% 수준, 전 세계적으로는 7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2004년 논문에서 그는 “영국인 1만8000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가 ‘나는 누구에게도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무성애자에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성애자 단체 에이븐(AVEN) 등에서는 “무성애자도 사랑을 한다. 다만 그 사랑이 성적인 공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포옹 같은 친밀감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설명했다. AVEN 등 무성애 커뮤니티에서는 무성애의 발현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성욕은 느끼지만 상대방과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 ▶감정적으로는 끌리지만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 ▶성욕도 느끼고 감정적으로도 끌리지만 신체적인 성관계를 거부하는 경우 ▶성을 혐오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 등이다.
그동안 무성애에 대해서는 공론화는 물론 제대로 된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무성애를 연구한다고 밝힌 학자도 보개트 교수 외에 엘리자베스 애벗 박사 등 몇 명에 그친다. 미국에서도 뉴욕주와 버몬트주만이 무성애자를 ‘성적 지향으로 차별받지 말아야 하는 소수자’로 규정할 뿐이다. 보개트 교수는 그 이유를 “과잉성애화(very sexualized)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무성애자들이 고립감을 갖기 때문”이라고 봤다. 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 등 성적 소수자들의 이벤트인 ‘월드 프라이드’의 마이틀 도어 운영자는 지난달 런던 사우스뱅크대학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무성애를 하나의 유효한 성적 지향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아직까지 무성애는 심리적 장애나 숨겨야 하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무성애자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성 관계 대신 시험관아기 시술을 통해 아이를 갖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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